주민등록 잠깐만 빼줄래요?
새 아파트 분양받은 후 2-3년 동안 입주준비를 해온 사람은 별 문제가 없지만, 사정상 변경이 있거나, 분양권으로 팔려 했으나 팔리지 않은 사람은 전세나 월세를 놓게 되는데 이럴 때는 자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잔금준비가 되지 않아 애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3개월 사이에 7만 가구가 입주를 하게 되면 헌집에서 새집으로 이동을 하거나, 세입자가 내 집 마련을 해서 입주를 하게 되므로 매매나 전월세는 그만큼 여유가 있게 된다. 집값이나 전월세는 값이 내릴 수밖에 없다. 가을 이사철이 왔으나 금년에는 신규물량이 많아 크게 애로가 없을 것이니 그리 아시라.
수분양자 입장에서 봤을 때, 분양가 5억짜리 집에 대하여 입주 때 3억을 전세로 충당하고, 나머지 2억을 자기 돈으로 맞추려 했는데 전세가 2억으로 떨어지게 되면 어찌해야 할까.
부족한 1억은 대출로 막는 게 우리들이 쓰고 있는 방식이다. 입주와 대출과 잔금정산은 하루에 이루어지는 게 통례다. 그런데 발 빠른 세입자들은 계약과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둔다. 전입신고 다음날부터 세입자의 권리가 보장되므로 하루라도 빨리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대출을 받기 전에 미리 전입신고를 해버리면 1억 대출을 받고자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간에는 마찰이 있게 된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서는 심사과정에서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세대별 전입신고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동사무소에서 그 서류를 받기 위해 세입자에게 “주민등록을 잠깐만 빼줄래요?” 하는 요구가 들어온다. 1억 대출을 받고 난 후에 다시 전입신고를 하라는 뜻이다. 여러분이 세입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요구를 들어주자니 보증금 확보가 불안하고, 안 들어주자니 야박하고,
주민등록을 뺐다가 2-3일 후 다시 전입신고하면 당연히 1순위는 은행 대출이 되고, 세입자는 2순위가 된다. 끝까지 그렇게 못하겠다고 버티는 세입자도 있음이 사실이다. 집주인은 급전이라도 끌어다가 등기를 칠 수밖에 없다. 순탄하지 못한 입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2년 내내 계속될 수 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더 주더라도 자기보다 선순위 근저당이나 가압류, 담보가등기 등 권리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싫어한다. 새 아파트는 등기부가 아직 나오지 않아 분양계약서만 보고 계약을 하므로 더구나 불안하다. 이럴 때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70%를 기준으로 보증금이나 대출금의 합계를 가늠한다.
즉, 5억짜리 집이면 70%를 기준으로 하여 전월세 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가 3억5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1억 대출을 받았다면 전월세 보증금은 2억5천만 원을 넘지 않아야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집이 5억짜리가 맞는지, 4억짜리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만일 이 아파트가 나중에 4억으로 값이 떨어지게 되면 어찌될까? 4억에 대한 70%는 2억8,000만 원이다. 대출금 1억+전세금 2억=3억이 되므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값이 떨어진 비율만큼의 2,000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런 돈을 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일 그 집이 경매에 들어가서 2억5,000만 원에 낙찰이 되었다면 임차인에게 돌아갈 돈은 2억5,000-대출금 1억=1억5,000만 원이기 때문에 5,000만 원을 손해 보게 된다. 그래서 심한 경기변동에 의해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보다 가난한 임차인의 걱정이 커지는 것이다.
새 아파트에 전월세로 입주할 세입자라면 다음 몇 가지를 확인하자.
1) 등기부등본이 없기 때문에 분양계약서를 확인하고, 사본을 챙겨야 한다.
2) 현장에 있는 건설사 사무실에 가서 수분양자가 맞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3) 분양권에 가압류 등 권리관계가 존속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준공이 나지 않더라도 사용승인이 나면 입주가 되므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5) 계약서 단서에 대출 후 전입신고를 하겠다는 조건을 기재했어도 이를 어겼다고 계약해제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6) 입주 2년 후 전세가 다시 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게 좋다.
7) 전세자금 대출받고, 월세로 살게 되면 대출금 이자와 월세를 동시에 내는 영세민이 될 수 있으므로 이중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세면 전세, 월세면 월세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게 옳다.
살던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 했으나, 집이 팔리지 아니하여 전세 놓고 가는 집은 돈이 급해 싸게 전세를 놓을 수가 있다. 이런 집은 인프라가 좋고, 이미 삶의 터전이 이루어져 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사도 좋고, 세를 들어도 좋다. 들판에 덜렁 서있는 새 아파트에 가서 2-3년 먼지 둘러쓰지 말고 이런 오래된 아파트를 찾아보자.
여러분,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는가? 명절마다 가정폭력이 4,000건이란다. 마누라에게 불평하지 말고, 뭐든지 잘한다고 칭찬하는 남편이 되자. 남편이 옆에 오거든 허리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마누라가 되지 말고, 서로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하자. 필자도 며칠째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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