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료연체와 분묘기지권 소멸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분묘라는 특수한 공작물을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분묘와 주변의 일정부분의 타인 소유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정의된다. 우리 국민들의 전통적인 조상숭배사상, 토속신앙, 풍수지리설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제시대 조선고등법원이 물권성을 확인한 이래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판례법으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3가지 경우, 즉, ①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타인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이 없이 분묘를 설치하여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그 분묘의 묘지를 점유하는 경우, ③ 자기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후에 별도의 특약없이 토지를 매매 등으로 처분한 경우에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대해서는 분묘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고 그 분묘가 존속하는 한 분묘기지권은 계속해서 존속한다는 것이 판례인데, 그 때문에 분묘기지권이 있는 분묘가 위치한 토지소유자들은 분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료지급이 지체되면 분묘기지권을 상실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바로 대법원 2015. 7. 23.선고 2015다206850 분묘굴이등 사건이다.
판결 소개에 앞서, 분묘기지의 사용대가인 지료의 지급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그동안 학설상으로는 물론 하급심판결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적은 있으나, 그 밖의 경우는 판단이 없었는데, 위 2015다206850 분묘굴이등 사건에서 지료지급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지료지급의 지체를 이유로 한 분묘기지권소멸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 대법원 1995.2.28. 선고 94다37912 판결 【분묘수거】
지상권에 있어서 지료의 지급은 그 요소가 아니어서 지료에 관한 약정이없는 이상 지료의 지급을 구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15. 7. 23.선고 2015다206850 분묘굴이등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토지의 소유권이 경매 등에 의하여 타인에게 이전되면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가, 판결에 의하여 그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졌음에도 그 판결확정 후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료의 지급을 지체하여 지체된 지료가 판결확정 전후에 걸쳐 2년분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287조를 유추적용하여 새로운 토지소유자는 그 분묘기지권자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분묘기지권자가 판결확정 후 지료지급 청구를 받았음에도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료의 지급을 지체한 경우에만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2013. 2. 20. 이 사건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2009. 4. 17. 이후의 지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음에도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다가 원고가 2013. 11. 26. 이 사건 소로써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하자 2013. 12. 17.에 이르러서야 위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지료 상당의 돈을 공탁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는 위 판결확정 후 상당한 기간 동안 판결확정 전후에 걸쳐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분묘기지권 소멸청구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된 2013. 12. 12. 그 분묘기지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
분묘의 소재가 대부분 야산이어서 분묘기지권에 따른 지료는 지료액수를 감정하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극히 적은 것이 일반적이고, 그 때문에 지료청구에 따른 재판실익이 크지 않아 지료연체에 따른 분묘기지권 소멸청구사례가 매우 드문 상황에서, 이 판결은 분묘기지권 역시 법정지상권과 비슷한 논리를 적용하여 2년 이상 연체에 따른 소멸을 처음으로 인정한 점에 의미가 있다(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1심 법원은, 지료2년 연체로 인한 법정지상권 소멸의 법리 적용을 인정치 않아 원고의 분묘굴이청구를 기각하였다).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이유로 아무런 부담없이 타인의 토지를 이용하는 행태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된다.
★ 민법 제366조(법정지상권)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 민법 제287조 (지상권소멸청구권)
지상권자가 2년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1993.6.29. 선고 93다10781 판결 【지료금】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 대하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야 할 것이므로 지상권자가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도 민법 제287조에 따른 지상권소멸청구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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