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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게 바로 하늘여행, 설원의 한라산

대한유성 2009. 1. 31. 21:44

  폭설이 내려 환상적인 천상의 모습 드러낸 한라산

 

정말 오랜만에 헤드랜턴을 꺼내들었다. 새해 첫날에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설의 떠오르는 태양이라도 맞이할 심산이다. 간밤에 일기예보를 보니 구름많음, 장담할 수 없는 일기예보다. 구름한점 없이 맑음이라는 예보를 접한다 해도 한라산의 날씨는 워낙에 종잡을 수 없어 악천후를 만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틀리는 예보가 많았다. 구름이 많아도 좋으니 하늘이 열려 일출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5시반에 기상을 하여 채비를 하고 어리목으로 향하였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윗세부근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기에 서둘렀다. 하지만 새벽녘의 도로사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얼음이 살짝 덮혀 있어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아야만 했다.

 

어리목에 도착하여 간단한 준비를 마치니 6시40분 묵은해 막바지에 위용을 떨치던 한파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포근한 날씨,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윗세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한라산의 날씨는 올라보지 않고는 모른다. 물론 활짝 게인 날이라면 모를까, 특히 새벽녘의 날씨는 더더욱 오른 후에 판단을 해야 한다. 어둠이 깔린 등반로를 랜턴으로 비추며 올라 사재비 동산에 거의 다다라서야 날이 밝아 옴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을 보니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일기예보에는 ‘구름많음’ 이라 했는데, 수평선 부근을 제외하곤 머리 위 하늘 어디에도 구름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이 맑은 날이었다.


불과 몇 일전인 설 명절 전 엄청난 폭설이 내렸던 한라산이라 기대했던 데로 눈이 만들어 내는 겨울 한라산의 비경은 한마디로 환상이다. 은빛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아침의 따스한 햇살에 비추어 영롱한 빛을 내는 설원은 과연 이세상인가 싶을 정도다. 매년 한번이상은 느끼는 감동이지만 접할수록 새로운 게 여기 이곳, 천상, 하늘에서 느끼는 감동이다.

 

 

 해가 솟아 오르기 직전의모습이 일품이다. 주봉과 윗세오름사이로 솟아오르는 빛이 힘차 보인다.

 

 지금은 쉼터로만 쓰여지는 옛 윗세산장이다. 시설면에서는 지금의 휴게소가 훨씬 좋아보이지만, 옛 것이 아름답다 했는가. 아무래도 이 건물이 정겨워 보인다.

 

 윗세산장이 아직은 주봉의 그늘에 가려져 있고, 아침햇살은 셋윗세오름 능선을 비추고 있는 모습이다.

 

 오르면서 몇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내공 부족인지 영 신통치가 않다. 이른 아침이라 빛이 모자라서인지 한장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처럼 구름한점 없이 파란하늘의 설원은 늘상 겪는 일이지만, 시원하기 보다는 숨이 탁 막힌다. 길다란 호흡이 이어져야 시원함을 느낄수 있을건데, 이런 절경에는 자그맣게 내뿜는 숨소리 조차도 잡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숨을 멈추고 한동안 넋을 놓고 있노라면 어저면 숨이 막히는게 당연할지 모른다.

  

 저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늘도 멋진 풍경을 담아내려 외진길을 마다않고 저편의 세계를 다녀오나 보다, 너른 설원을 걷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다.

  

 윗세오름을 향하여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역광을 받아, 얼핏보기에 모래사막을 헤치고 걸어가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설마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눈거적을 뒤짚어 쓴 나무들의 모습이 대하 전쟁 사극에서의 병사들이 나열한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1진, 2진, 나뉘어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 산방산의 위용있는 모습도 보인다. 희미하지만 모슬포 앞바다의 가파도와 마라도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아주 맑은 날씨다.

 

 제주시내의 모습, 제주부두의 길게 늘어진 방파제와 그 동쪽으로 사라봉과 별도봉의 모습도 선명하게 들어온다.

 

 오르는 이, 내려가는 이, 스치며 지나치는 등반객들이 모습이다.

  

 

 북극곰 가족이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어미곰 주변으로 새끼곰들이 몰려있는 모습이다.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오름이 노꼬메오름이다. 저멀리 보이는 섬은 협재해수욕장앞에 있는 비양도다.

 

 

 

 

 

 

 설원의 비경을 만끽하러 끊임없이 이어져 힘차게 오르는 등반객들과 아침햇살을 받은 눈송이들이 오랜시간 나뭇가지위에 머무르다 무게를 못이겨  등반객들의 어깨위로 떨어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한 가지위의 눈송이들은 이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작품성이 없어도 좋고, 신경을 안써도 좋다. 카메라를 들고 아무데나 셔터만 누르면 그 상태로 작품이 만들어진다.

  

 

 

 

 이제 거의 천상의 설원, 하늘여행을 마칠 시간이다.  어리목 계곡의 바위위에 사뿐히 내려 앉아 아름다운 곡선의 묘미를 보여주는 눈무덤, 이제 중천으로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출처 : 내가 숨 쉬는 공간의 아름다움
글쓴이 : 파르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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