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입법 부추기고…국정 생색내는 文
공수처·경제3법 등 처리
巨與 뒤에서 주요국면 주도
세한도 기증자 靑초청 환담
일상적 국정운영 최선 생색
임기 종료 1년 5개월을 앞두고 국정 운영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슈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찰개혁, ‘기업규제 3법’ 등 입법 과제 밀어붙이기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직접 발언도 부쩍 늘었다.
10일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주 중폭 개각을 단행한 문 대통령이 기존 ‘마이웨이’ 국정 운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을 했다. 청와대는 “8일 손 선생이 금관문화훈장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됐을 때 자신을 잊지 않은 제자에게 답례로 그려준 그림인 세한도는 문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그림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쓴 책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저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변치 않고 꾸준히 묵묵하게 지켜가고 실천해가는 얼굴, 약속의 얼굴이 좋다”며 “세한도도 그런 그림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촛불시위의 의미에 대해 평가하며 내놓은 답 중 일부다. 연일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공수처법 처리를 촉구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 촛불정신을 다시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세한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계속 엇나가고 지지율 하락에 직격탄이 되자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국면을 주도하고 나섰다. 애초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일단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10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전날 홍 부총리와의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내년에도 잘해주기 바란다”고 격려하고 변 후보자의 공급 구상 방안에 대해 기재부도 함께 협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비판받고 있는 경제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위기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신규 확진자가 686명이 발생하는 등 재유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백신 공급 때까지 문 정부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K-방역을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