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신앙2/경제·경영

일장춘몽 SK바이오사이언스... 시총 2조 날아갔다

대한유성 2021. 3. 22. 18:54

일장춘몽 SK바이오사이언스... 시총 2조 날아갔다

이경은 기자

입력 2021.03.22 17:31 | 수정 2021.03.22 17:31

 

 

 

 

 

 

 

“슼바사 주당 18만원에 200주 물려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탈 자금도 없는데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까요?”

“역시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다더니... -20% 손절하고 떠납니다.”

역대급 청약 증거금(64조원)을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22일 14% 하락한 14만4000원에 마감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쏟아졌다.

공모가(6만5000원)에 비하면 여전히 종가는 높았지만, 상장 후에 매매한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상장 이후 사흘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2250억원 넘게 사들였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북을 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이어 다음 날에도 상한가를 찍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일정 기간 물량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85%가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른 대어급 공모주인 빅히트(78.37%), 카카오게임즈(72.57%), SK바이오팜(52.25%)보다 훨씬 높았다.

다른 공모주에 비해 팔자 매물이 많지 나오지 않을 테니 지난해 SK바이오팜의 대기록인 ‘따상상상(3연상)’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8일 상장 첫날 상한가는 찍었지만, 다음 날 1.5% 하락 마감했고, 이날은 14% 하락했다. 상장일 대비 시가총액은 이날까지 약 1조9125억원 감소했다.

지난 9일 NH투자증권 서울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균등배분제 여파가 컸다는 의견도 나온다. 1주씩 소량을 배정받은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지난해 인기 공모주와 비교하면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진 데다 청약 제도도 균등배정으로 1주짜리 소액 주주가 늘어 공모주 급등이 유지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모주는 자금 동원력이 높은 큰손들이 주로 하기에 전망이 좋은 우량주는 장기 투자하고 버티기도 하지만, 소액 주주는 단기 차익 실현에 급급하고 변동성에도 취약해 오래 버티지 못 한다는 것이다.

공모주 전문 운용사 대표 A씨는 “상장 기업 입장에서도 소액 투자자들의 대거 참여가 썩 반갑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의 성장을 믿고 우직하게 기다리는 돈이 아니라, 깃털처럼 가벼운 단기 투자 자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10년물 국채가 1.7%을 왔다 갔다 하는 등 장이 꺾인 시기에 상장한 여파가 큰 것 같다”면서 “앞으로 기관 매도 예정 물량이 줄줄이 나올 예정인 데다 공모주 특성상 한 번 꺾이면 다시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대 주주인 SK케미칼 보유 지분이 68.43%로 제법 크다는 점에도 유의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SK바이오팜 지분을 75% 보유하고 있던 SK가 최근 11% 가량 매각해 수익을 실현했다”면서 “SK바이오팜의 사례에서 봤듯, SK그룹 특성상 지분율이 높은 경우엔 언제든 매물 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24일 SK그룹의 지분 매각(블록딜) 이후 주가가 고꾸라져 이날 1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SK그룹의 지분 매각 발표 전엔 15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블록딜 악재로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주가는 29% 하락했다.

 

 

이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