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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충진변호사의 유치권공략기4

대한유성 2014. 4. 10. 07:54

유치권 신고서는 서초동의 모변호사가 대리하여 작성한 것이었고 법원의 보정명령을 한번 받아 보정명령의 취지대로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공사대금의 발생내역과 공사현장 사진, 공사업자의 사업자등록증과 현재 유치권을 행사하며 건물의 1층을 점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공사업자가 하청업자들에게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대금을 계좌이체한 통장내역까지 첨부해 놓 

고 있었다..

 

통장 내역을 맞추어 보니 대략 1억 2천여만원...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유치권자가 마진 운운하며 총 공사금액은 1억 3천으로 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면 나름대로 충분한 증거자료가 될법했다.. 

요는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건물 소유자가 2003. 6. 경 이 사건 건물로 이사오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인테리어 업자인 유치권자에게

하자 보수를 맡겼는데 계약금 500만원만 지급하고는 나머지 공사대금 1억 2500만원은 미지급하여 유치권자가 현재  1층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실제 내막이란다. 

그럴듯 해 보였지만 헛점또한 상당했다..

 

우선 유치권 신고서 상의 공사계약서가 한눈에도 급조한 것으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A4용지 한장 짜리로 공사기간에 대한 언급도 없이 계약금 500만원에 잔금은 공사완료후 하시라도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고 소유자와 공사업자의 목도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는데 도장의 인형 크기나 글자체가 동일한 모양이었다.. 

같은 곳에서 판 도장인듯 한데 이상한 건 사업자 등록까지 갖고 있는 유치권자가 상호가 포함된 회사 직인을 찍지않고 이름만이 새겨진 목도장을 찍었다는 것과 소유자의 목도장과 동일한 형태의 목도장이라는 것!!

 

유치권을 대리신고한 변호사가 법원의 보정명령으로 계약서의 첨부가 필요하자 계약서를 급조한 것이아닐까?.. 

서초동에서 개업하고 있는 후배 변호사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검토를 요청했더니 도장은 목도장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히 쓰이는 조립도장이고 신고서에 첨부된 소송위임장에 찍혀진 유치권자의 도장도 동일한 것으로 보아 변호사 사무실에서 급조한 것이 맞는 듯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변호사까지 가세하여 허위의 유치권을 만들어 놓다니...의외로 쉽게 해결될 듯하였다..

 

허위의 유치권은 형법상의 강제집행면탈죄, 입찰방해죄등의 죄가 성립할 수 있고 얼마전 허위의 유치권을 신고한 업자가 구속된 사례가 있다는 내용을 들어 알고 있었던 우리는 먼저 변호사부터 설득해 보기로 했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혹시라도 저가낙찰을 노리고 허위의 유치권을 신고하는 데 조력한 것이라면 일단 실패로 돌아간 이상 순순히 자백하며 물러나겠지'   

나름대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내렸던 결론이 순진한 생각에 불과했음은 변호사와의 전화한통화로 금방 드러났다..

 

' 저 변호사님 ! 상계동 물건 낙찰자인데요..유치권이 허위인것 같아 유치권신고서를 떼 봤더니 변호사님 성함이 있길래...유치권자를 형사고소하려고 하는데 변호사님도 깊숙하게 개입되신것 같아서요...먼저 상의를 드리고 고소하는 것이 예의일것 같아서요..' 

최대한 정중하게, 배려 가득한 목소리로 할 말을 한 뒤 변호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짧은 침묵.....'아 예 소유자가 아는 사람인대..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겠냐고 묻길래 허위로 유치권 신고하면 값이 많이 떨어지니 그때 다른 사람명의로 낙찰받아 판 뒤 차액만큼 나눠 갖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해 준 사실이 있습니다...이번에 집주인쪽도 응찰했는대 떨어 졌으니 모든게 끝났네요.. 유치권자는 제가 설득해서 내보겠습니다...' 

이런 류의 말들이 흘러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러나 변호사의 입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거 유치권 성립하는 것 맞습니다...공사업자가 내 고향 후밴데 친구부탁으로 건물 내부를 깨끗하게 손 봐 주었는 데 대금을 안준 상태에서 집이 경매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도 성화길래 그럼 정식으로  유치권 신고하고  소유자 도움받아 건물의 일부라도 점유를 해라..그럼 낙찰자 한테 떠 넘길수 있다..고 조언해 준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는 사무장님이 만든 것 같은데 소유자하고 공사업자하고 친구라서 계약서도 안쓰고 공사했다고 해서 사무장님이 형식적으로 하나 만든 것 같습니다..'

 

.........꽤나 긴 침묵....침묵 

'아 예 그렇군요...그럼 수고하세여...' 정중하게 인사할 정신이 남아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심장은 마구 뛰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유치권 다물어주면 딱 감정가에 샀는데 현재 시가는 감정가보다 3~4000만원 높으니  이거저거 떼도 1000만원은 남겠네..

'라는 생각을 끝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겨우 정리했다...

 

그런데....

'다가구 주택은 팔려야 팔리는거지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 모르는 거야...모르지 한 5천정도 싸게 급매로 내놓으면 금방 팔릴지...'선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판다... 

'5천만원을 싸게 내놓으면 짜게 잡아도 3000만원 이상 손해다...그렇다고 2년, 3년 떠안고 갈수도 없고..'.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서 숱한 불면의 밤들이 지나갔다...힘든 하루 하루였다...

유치권신고서를 들고 서초동에서 개업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변호사를 찾아갔다.. 한때 사법시험을 같이 공부했던 친구다....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했는데 금새 알아본다..

 

'형! 유치권자가 속 썩여요? 거봐요.. 경매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라니까...줘봐요..내가 검토해 볼께여..'' 

서류뭉치를 낚아 채 가며 한 장 두장 검토해 가는 후배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들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간혹 미소도 떠오른다....조짐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 후 후배가 서류뭉치를 탁자에 내려 놓으며 깍지를 낀채 소파 깊숙히 파묻힌다...''역시 어려운가 보구나''  

 절망...또 절망의 순간이었다..

 

'형! 이거 유치권 가짜에요...제가 점쟁이가 아니니까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거 법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유치권이니까 너무 걱정마세여... '' 

천상의 목소리가 이럴런가? 지치고 지친, 찌들대로 찌든 가슴속을 부드러운 깃털로 쓸어주듯 달콤한 음성이었다... 

덜렁대긴 하지만 신중한 면 또한  있는 후배이기에 후배의 위로는 확실히 힘이 되어 주었다.. 

후배의 설명이 이어졌다..

 

'유치권이라는 것은 파워가 막강한 만큼 성립요건이 까다로워요...그래서 경매절차에서 신고된 유치권은 90%이상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이라는 항간의 이야기들이 사실상은 맞는 말들이지요.. 

유치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치권자의 유치 즉, 물건에 대한 점유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유치권자의 점유는 인정되기가 쉽지 않아요... 

신축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처럼 유치권자가 건물에 대한 점유를 건축주에게  인도하지 않고 처음부터 점유를 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한다면 모를까..일단 다른 사람의 점유가 개시되었거나 진행되는 중에 유치권자가 뒤늦게 점유를 주장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특히 건물 내부의 리모델링 같은 경우가 그래요..일단 점유는 집주인이 하고 있는 상태인데 싱크대나 욕조등을 수선했다고 해서 리모델링업자가 공사대금을 이유로 집주인의 점유를 침탈할 수 있을 까요... 

오히려 주거침입죄가 성립되거나 영업장 같은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될수 있겠지요..

 

결국은 적법한 점유가 되려면 집주인의 동의하에 점유를 이전받아야 하는데 어떤 집주인이 변기 고쳤는데 돈 못주니까 대금줄 때까지 건물을 점유해라라고 하겠어요... 

이때는 그냥 민사상의 채권,채무문제로 소송을 통해 판결받아 강제집행하는 수밖에 없어요..'' 

후배의 설명을 들으면서 희망과 안도의 물결이 잔잔히 번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점유를 이전받아야만 되는데 간혹 가다가 집주인이 유치권자를 도와 주는 경우가 있어요..

 

공사를 한 것은 분명하고 공사업자하고 친분은 있는데 집이 경매에 들어가면 공사업자는 한푼도 못받을 것 같고 하니까 공사업자한테 건물 일부의 점유를 넘겨주기도 하지요... 

별다른 친분없는 은행보다는 공사업자가 사실상 먼저 배당받도록 하는 것이 집주인측에서도 좋을 테니까요..'' 

그 후로도 후배의 설명은 이어졌고 한마디 한마디에 희망의 싹들은 한웅큼씩 돋아났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공사업자와의 친분때문에 경매가 개시되자 점유를 이전하였던 것으로 이는 경매개시 결정후 점유를 이전한 것으로 압류의 효력에 반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치권자의 점유는 적법한 점유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유치권 신고서상 유치권자의 점유가 경매개시 결정후임은 유치권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의 법적인 의미는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후배는 한마디 덧붙였다..

 

''이 사건의 경우 점유개시시점이 문제될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건물소유자가 공사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한 것 같아요...공사업자가 아무리 건축주와 친해도 자기돈 들여가면서 공사를 해주지는 않을 거잖아요..근데 공사업자는 하청업자들에게 공사대금을 다 지급했단 말이죠... 

분명 건물주한테 받아서 줬을 거예요...공사비 대금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3년이 다되가도록 건물에 가압류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도 의심스러워요... 

공사가 끝난 2004년 경에는 아직 저당권도 설정되지 않아 등기부가 깔끔했던 때인데...''

 

이쯤 설명을 듣고보니 후배가 믿음직 스러웠다..정식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건을 의뢰했다... 

후배는 일단 소송으로 가면 시간이 걸릴테니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유치권자와 소유자를 압박하여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겠다고 했다... 

과연 후배의 뜻대로 될것인가...빠른 시간내에 해결이 되기를 바라며 후배의 연락을 기다렸다...

 

 

출처 : 복돌이의 부동산산책
글쓴이 : 복돌이-박 창 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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